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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에서 마법으로


초등학교 다니던 어린시절엔

등교길에 보게 되는 아침햇살을 보며 가슴설레였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금방이라도 파란 물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은 하늘 한켠으로
부챗살로 퍼져나가는 찬란한 햇살...

혹시라도 흰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면 설레임은 한결 더해만 갔다.

 

옥상 난간에 앉아 지는 해가 만들어내는 장엄한 붉은 물결을 한없이 바라보던 때나,

무수히 쏟아져내리는 별빛에 황홀했던 때가
혼자 시간 보내기를 좋아했던 어린 시절의 내 유일한 樂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나를 이만큼 데려다 놨다.

세상을 알게 된 건 언제부터였을까?
언제인지 정확하진 않아도, 아마 세상을 알게 되면서부터 어린 시절의 설레임은
사라졌던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내가 알게 된 세상은 온통 비극 투성이다.

 

온갖 부조리며 허다한 위선의 가면들을 쓴 가장무도회...

진정 파티를 즐기는 자는 누구이며 무엇을 위한 파티인가?
요란하게 휘둘려지는 파티의 소용돌이 속에서
과연 이런 곳에 희망이란 싹이 피어날 수 있을까란 회의감마저
흔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사라진지 오래다.

 

그렇다면 어린시절 가졌던 두근거림들은 모두 속임수였던가?

 

정녕 그 가슴설레였던 기억들은 다시 못올 시간의 강물 위를 떠내려가고야 만 것일까?

 

 

...... 비극에서 마법으로

그렇다, 마법이 시작되면

눈물의 파티는 이제 환희의 축제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가면들을 벗어던지고 이 축제를 즐기자.

그동안의 고통들은 완벽한 휘날레를 위한 자신의 설정이였다.

 

가면이 비극이었다.

가면이 부조리였다.
가면이 벗겨지면서 마법은 시작된다.

비로소 비극이 마법이 되는 순간의 마법 ...

 

2006/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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