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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왓치맨(watchman)은 개봉되기 전부터 기대를 갖고 있었는데
개봉 즈음 인터넷에 올려진 낮은 평점과 실망스럽다라는 리뷰는
아예 관람 자체를 포기하게 했었다.
허접한 영화를 보고 난 후,
극장문을 나설 때의 비장함을 아는 분들이라면,
영화 선정에 주변의 영화평에 민감한 이유를 이해하고도 남으리라.
그럼에도 왓치맨을 보고야 말았다.
세간의 평이 호기심을 이기지 못했기 때문인데
결과적으로는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다.
일단 영화는 적당한 긴장과 가볍지 않은 주제를 풀어나가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곳곳에 상징과 은유를 숨겨놓았기에
화려한 볼거리만을 기대했던 관객들은
상영시간의 압박으로 지루함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이다.
잘 들여다보면 영화의 저변에는 페이소스가 진하게 깔려있다.
어린시절부터 우상으로만 알아왔던 히어로(영웅)들이
우리 곁에서 퇴락한 말년을 보낸다는 도입부의 설정이
그런 것들 중에 하나라 하겠다.
그렇게 우리 가까이로 다가온 히어로들은
세월과 생활에 묻혀가면서
우리 못지 않은 상처와 고뇌들을 갖고 있는 것이다.
영화는 왓치맨들에게 신의 모습을 부여하지만
그들 역시 인간에 다름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왓치맨들은 대중에게 구원을 주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때론 대중을 심판하며
때론 그들에 의해 희화화 되기도 한다.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쉽지 않은 주제 정도가 아니라
어쩌면 가장 어려운,
인간이기에 던질 수 있는 가장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는 데 있다.
'신은 무엇인가?', 혹은
'신이 있다면, 신은 인간에게 얼마나 개입하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나름대로 진지하게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
영화를 보고나서의 감상이긴 한데
인간에겐 필연적으로 영웅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이 생각을 뒤집어보면, 그만큼 인간이 나약한 존재라는 것인데...
이런저런 상처들을 겪고도
자신을 치유하고 세상으로 나아가는 인간이 된다면
그가 히로인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게 볼때, 영화의 히어로들이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설정은
우리 모두 히어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이다.
나는 영화에서의 왓치맨(Watch)을
일반적인 해석인 감시자, 혹은 파수꾼이라고 하는 것과는
다른 의미를 찾는다.
아마 이것이 '왓치맨'이라고 제목을 지은
원작자의 의도에 더 부합하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도 해보기도 한다.
......
명상에서 내면을 바라보는 것을
영어로 왓치(Watch)라고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왓치맨(Watchman)...
내면을 바라보는 사람...
그럴 듯 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내면을 바라보는 사람이 왓치맨이고 히어로?
그럼, 그렇게 바라보다 보면...
신처럼 되는건가?
어쨌든 영화에서 神처럼 나오는 닥터 맨해튼의
여러 고민들을 보면
우리네 고민과 그닥 달라보이지 않는다.
그건 그렇고 한가지 요주의 할 것은
내면을 Watch하되
TV를 Watch하는 것은 줄이자.
PS. 한문으로도 신(神)字에 '보일 시(示)'字가 들어가 있는 것을 보면
상당히 신빙성 있는 얘기 아닐까?
2009.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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