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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

정녕 이 웃기는 게임에서 빠져나올 수는 없는가? :퍼니게임


퍼니게임
감독 미카엘 하네케 (2007 / 미국,오스트리아,영국,이탈리아,프랑스,독일)
출연 나오미 왓츠,팀 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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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을 꿨던 거 같다.

그리고  그 악몽은 영화관을 나서도 끝난 것 같지 않다.

스토리와 인물이 다르지 지금의 한국 사회는

영화 '퍼니게임'의 복사판이나 다름없다.

 

영화는 폭력의 맨 얼굴을 차근차근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

객석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불편한 내용의 영화는

불쌍한 관객마저 그냥 놔두지 않는다.

 

문득 카메라를 돌아보며 말을 건네는 폴로 인해 

관객은 공범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현장을 지켜보는 방관자가 돼버리는 것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우리는 모두 내면에

싸이코패스 기질을 갖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굳이 영화가 아니더라도

모든 폭력의 공범 내지는 최소한 방조자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희생자들의 최고의 항변은 영화 초반 앤이 다음날 골프 약속이 있는 이웃들에게

미리 연습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울타리 바깥에서 외치는 "이건 불공평해요." 정도다.

 

잔혹한 폭력으로 얼룩진 '퍼니게임' ...

 

만일 앤의 항변처럼 게임이 뭔가 공정해졌다면

'퍼니게임'이 될 수 있었을까?

 

 

그러나 현실은 영화만큼 공정하지 않다.

당장 내일 아침, 공정하지 않은 폭력이 초인종을 누르고

문 밖에서 당신을 기다릴지 모른다.

 

그게 얼마나 섬뜩할 지는

불청객 폴이 당신을 보고 비웃는

영화 속 마지막 장면을 보면 감이 올 것이다.

 

2009. 10.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