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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슬플 것 같다는 그女의 반대를 무릅쓰고 '시간여행자의 아내'를 봤다.
원작소설을 서점에서 본 기억에
영화 한편으로 소설을 대신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그女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예매했던 것이다.
'시간을 여행한다...'
정말 시간을 여행할 수 있다면 어떨까 싶다.
인간의 숙명중 하나가 시간의 굴레가 아닐까 한다.
인간은 시간을 어째볼 수 없기에 슬픈 존재이기도 하고
또 그렇기에 아름다울 수 있는 것 같다.
문득 시간을 영원히 붙잡아 둘 수 없기에
스쳐 지나가는 순간들이 더없이 소중할 수 있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영화는 생각만큼 재밌지는 않았다.
거의 영화가 끝날때 쯤에서야
'이 영화가 보통 영화가 아니군.'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입견을 갖지 말아야 하는데도 영화 보는 내내
'시간 여행'이라는 아이디어 하나로 울궈먹나 보다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영화는 영성적이다.
나는 무엇이든 영성적이라 느껴지면 점수를 후하게 주는 버릇이 있다.
영화가 영성적이지 않았으면
시간과 비용을 낭비했다는 생각이 반나절은 쫀쫀하게 따라다녔을 것이다.
영화를 다 보고나서
신(God)이 있다면, 영화 속 시간 여행자, 헨리 같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헨리는 시간 여행을 하긴 하지만
자신이 여행할 수 있는 때를 선택하지는 못한다.
아마 신이 있다면, 그럴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또, 그리 중요하진 않지만
맨몸으로 왔다갔다 한다.
이 부분도 신이 있다면, 그럴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입어도 무얼 입지?하고 고민하다가는 차라리 안 입고 말지...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건 중요해 보이는데
'시간 여행'을 하는 헨리도 죽음을 피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서도 손을 쓸 수 없었던 헨리는
자신의 죽음도 어쩌지 못한다.
이 대목에서 떠오른 '설마 신도 죽음을 어쩌지 못할까?'라는 의문은
신에 관한 영화라는... 그래서 영성적인 영화라고 분류하려던 것이
성급한 생각은 아니었을까?라는 자책으로 이끌뻔 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신이라 하더라도
이 물질세계에 나오면 세상의 법칙을 따르는게
더 자연스런 일처럼 느껴진다.
과도한 의미부여일 순 있지만, 영화 엔딩을 보면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이
헨리는 죽음을 피할 수 없었지만 죽음을 넘어섰다.
어찌됐든 언제나 함께 있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섬뜩한 것 한 가지...
우리는 영화 속 헨리처럼 누군가의 무지로 인해 죽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더 슬픈건 그 누군가는 자신이 누군가를 죽였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참~ 불합리하게 느껴졌지만,
신이라면 세상을 그렇게 만들 수 밖엔 없을 수도 있겠다 싶어졌다.
그게 세상일테니...
영화의 결말처럼
우리가 영원히 헤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영감을 준 것에 감사한다.
PS. 신은 선택하지 않거나 벌거숭이로 돌아다니거나
죽음을 피하지 못하는 등의 많은 것들을 양보하면서
언제 어느 곳에 언제나 있는 것으로
자신이 신임을 증명했다.
2009.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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