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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리뷰는 Daum 무비로거 리뷰 포스트입니다."
타짜를 만든 영화감독
정말 영화는 한 연기하는 배우들이 넘쳐난다.
한국 영화 한편에 이렇게 많은 스타들이 출몰하는 것도 근래들어 보기드문 현상 아닌가 한다.
영화 '타짜'로 검증받은 최동훈 감독이기에 가능했으리라.
영화 '타짜'는 만화 원작에서 캐릭터를 가져왔지만
스크린에서 재창조된 캐릭터들은 작품성과 흥행성을 만족시켜 주었다.
말이 쉽지 만화의 성공이 그대로 영화의 성공을 보장해 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타짜'는 최동훈 감독의 탁월한 역량을 여실히 보여준 작품이다.
덕분에 '범죄의 재구성'에 이어 연타석 안타를 친 최동훈 감독은
한국 영화계에서 작품성과 흥행성을 겸비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것 아닌가 싶다.
시간 압박이 느껴졌다는 것은 마이너스다
영화는 재미없진 않았다.(이 표현을 주목해야 한다.)
우리는 인터넷으로 아무리 재밌는 콘텐츠를 볼 때라도 스크롤 압박이라는 피로감이 느껴질 때,
그 콘텐츠는 더이상 누리꾼들의 시선을 사로잡지 못한다는 공식을 알고 있다.
안타깝게도 '전우치'가 이 공식에 걸린 것 같다.
136분의 상영 시간 내내 관객을 즐겁게 하겠다는 연출 의도는 높이 살 수 있어도 정작 영화의 재미가
상영 시간 압박으로 배겨오는 엉덩이의 뻐근함을 상쇄해 주지는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의 재미는 단연코 매력덩어리 '전우치'라는 인물이다.
(강동원의 '전우치'는 성공적이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다면 유일한 성공포인트일 것이다.)
유해진이 연기한 개(Dog)인간 초랭이도 한몫 했고, 천관대사 백윤식,
화담 역의 김윤석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임수정이나 염정아, 선우선, 송영창, 김상호 등등 낯익은 배우들의 선전도 박수를 보낼 만 하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시간 압박'이 시작되었을까?
내가 보기에는 영화의 시간대가 현대로 넘어오고 나서부터 서서히 시작되었던 것 같다.
너무 많은 스타들이 부담이 됐는지,
영화는 스타들에게 부여된 씬들을 소화하는데 체력을 다 소모한 듯 보인다.
어려운 일이었겠지만, 상영 시간을 1시간30분 내외에 맞추었으면
더 산뜻한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절반의 성공, '한국형 히어로'
영화 홍보 전단지를 장식한 '한국형 히어로'는 절반의 성공으로 보인다.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왓치맨, 원더우먼 등등 '코쟁이 히어로'들을 보면서 느꼈던
어떤 이질감이 '전우치'로 일정 부분 해갈되었기 때문이다.
강동원은 술과 여자를 좋아하는 악동 '전우치'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이제 사람들은 역사속, 이야기속의 '전우치'라는 인물-얼굴은 몰랐던-을 떠올릴 때마다
강동원이 분한 '전우치'를 기억할 것이다.
그런데 '전우치'라는 재밌는 캐릭터에 따르는 콘텐츠는 많이 부족해 보였다.
사실 영화의 재미 중에서 '학습 효과'는 빠질 수 없는 요소가 아니던가?
댄 브라운 원작의 '다빈치 코드'나 '천사와 악마' 같은 영화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문자나 그림에 내재한 상징이나 도술의 원리에 대한 소소한 정보들을 영화 곳곳에서 만나길 바랬다.
'전우치'는 어디서 툭 떨어져 나온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도 '해리포터'의 마법학교나 '반지의 제왕'의 중간계 못지않은 도술 세계가 있는 것이다.
도술 세계에 대한 충분한 이해는 현재 도술을 액션 위주로 표현한 영화의 한계를 커버하기도 하고
학습 효과를 통해 제2, 제3의 '전우치' 후속편이 나올 수 있는 잠재력을 비축하는 계기가 된다.
관객의 무의식에 뿌리 내린 도술 콘텐츠들은 '전우치'라는 캐릭터의 생명을 연장하고
영화를 확대 재생산하는 발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도술 세계에 대한 체계적인 콘텐츠 제공의 미흡이 영화의 절반의 성공을 예견하게 하는 까닭이다.
'타짜'의 그림자들
영화 곳곳에서 감독의 고뇌를 읽을 수 있겠지만, 영화는 전략적으로 타겟을 '가족'으로 삼았고
결과적으로 아이들이 보아서 재밌을 수준으로 만들어진게 아닌가 한다.
그렇기에 영화를 즐기기 위해서는 '타짜'를 잊어야 한다.
'아, '타짜'를 만든 감독이 만든 영화야...'라는 기대는 실망으로 돌아올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손을 이끌고 극장을 찾은 가족들이 영화를 즐기기 위해 '타짜'를 잊을 수 있겠지만
영화 전체에 '타짜'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촬영과 편집, 심지어 배우까지도...
PS. 혹시 나도 스크롤 압박의 '우'를 범하지는 않았는지 ...
2009.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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