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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

영화 '아바타'가 좋은 이유:개발만능주의의 패퇴


아바타
감독 제임스 카메론 (2009 / 미국)
출연 샘 워싱턴,조이 살디나,시고니 위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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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영화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린시절 안경을 쓰고 입체영화를 보았던 적이 있는데

'아바타'는 극장 입구에서 나눠주는 안경을 쓰고 보는 입체영화다.

입체영화가 아닌 일반 디지털 영화도 있긴 한대, 돈을 더주더라도 비싼걸 봐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작용하는 때가 이런 때일 것이다.

 

과연 카메론은 영화 '아바타'를 통해 시각의 한계 탐사보고서를 쓴 듯 하다.

안경을 써서 보기에 불편한 감은 있지만,

입체감과 함께 놀라운 시각적 효과들은 불편함을 상쇄하고 남는다.

 

많은 분들이 지적하듯이, 영화의 컨셉과 미술은

일본 만화영화의 영향을 받은 것이 분명해 보인다.

어디서 많이 본 이미지들이어서 검색해 봤더니,

원령공주,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천공의 섬 라퓨타, 미래소년 코난 등이 주욱 나온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고는 하지만

일본 만화 영화를 뛰어넘은 창조적 발전보다는 이것저것 짬뽕한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과의 교감이나 일체감의 중요성이

대중에게 보다 쉽게 어필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는 대단히 영성적이다.   

 

게다가 에너지 자원의 개발을 위해 행성 '판도라'를 파헤치는 무리는

자본을 상징하는 기업과 그 하수인 격인 군대다.

이는 현재 지구가 겪고있는 고초의 비유처럼 보인다.

영화 속 이야기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명상서적을 탐독했던 내게 '아바타'는 그리 생소한 단어가 아니다.

'아바타'는 산스크리트어 '아바타라(avataara)'에서 유래했는데

이 말의 뜻은 '화신(化身)'이라고 한다.

즉, 세상을 구하고자 인간의 모습으로 세상에 내려온 신(神)이라는 것이다.

 

그러다가 '아바타'라는 말은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의 “스노우 크래쉬(Snow Crash)"라는

SF소설에서 쓰이면서 가상세계에 만들어진 자신의 분신으로 대중화 되었다고 한다.

 

또 명상프로그램 중에는 미국의 해리 팔머가 개발한 '아봐타 코스'가 있기도 하다.

명상이나 종교 분야에서 접했던 단어가 이렇게 일반적으로 쓰이게 되고 있는 것을 보는 것도

야릇한 감회를 불러 일으킨다.

 

영혼의 존재를 인정한다면, 이 '아바타'라는 개념은

내세에 대한 어떤 힌트를 제공해 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주인공 제이크가 캡슐에 들어가서 자신의 아바타와 링크가 되어

판도라 행성에서 도착민 나비(Navi)들과 살게되는 이야기는

영혼이 사람의 몸을 빌려 지구에 태어난다는 개념과 일치한다.

 

 

 

..........

 

 

 

영화 '아바타'에서 현재의 대한민국을 떠올린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개발만이 살 길이라며 밀어붙이다가 용산참사가 일어났다.    

정부는 아직도 대운하에 빙의된 4대강 개발에 미련을 못버리고 있다.

 

4대강 개발의 가장 큰 폐해는 한번 강바닥을 파헤치면

회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4대강에 서식하는 각종 생명체들은 거대한 삽질에 찢겨져 나갈 것이다.

 

영화에서는 나비(Na’vi)족이 개발업자와 군인들을 판도라에서 쫓아냈지만

현실에선 그럴수가 없다.

 

당장 쫓아내면 쿠데타다.

그러니 다음 선거를 기다려야 한다.

 

냉정히 생각해 보면

대운하와 4대강에 목메는 정부를 만들어낸 것은

개발로 인해 땅값이 오르고 보유한 아파트값이 오르기를 바랬던 우리 자신이다.

묻지마 지지가 개발만능주의자들에게 대통령과 국회를 넘겨준 것이다.

 

영화 '아바타'에 이런 저간의 개념이 들어가 있는 것을 정부가 파악한다면

'아바타'의 흥행에 지장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아바타'가 이렇게 물어오는 환청이 들린다.

 

MB 찍으셨던 분들...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그래서 행복하십니까?" 

 

 2009. 1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