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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

빛나는 '침묵'을 놓쳤을 수도 있다는 자괴감 :위대한 침묵


위대한 침묵
감독 필립 그로닝 (2005 / 스위스,프랑스,독일)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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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침묵'이라는 영화의 제목에 이끌려 무작정 예매를 했다가 보게 된 영화다.

토요일 오전의 조조였는데, 극장에 들어서고 우리 부부는 깜짝 놀랐다.

토요일 오전인데도 불구하고 극장 로비는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다.

상업영화도 아니고 2시간 40분 짜리 다큐멘터리인데도 대단한 열기였던 것이다. 

 

게다가 관람객의 대부분은 나이가 지긋해보이는 장년층이었다.

영화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면서 그女와 나는

역시 사람들은 좋은 것을 잘 찾아다닌다는 데에 의견일치를 보았다.

 

대형상영관도 아니고 상업영화도 아니고

또 시간도 짧지 않은 다큐멘터리영화라

거의 둘이서 단출하게 영화를 보게되지 않을까...라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지만

영화를 같이 보게될 많은 사람들의 열기가 야릇한 흥분을 자아냈다.

그리고 그만큼 영화에 대한 기대는 증폭되었다.

 

그런데 열기는 영화가 시작되고나서도 그치지 않았다.

계속해서 사람들이 들어왔고 자리를 찾는 그분들 때문에

영화에 대한 집중이 지체되었다.

아마 불길한 예감이 든게 이때부터가 아닌가 싶다.

 

어쨌든 영화가 시작되었는데

내 기억으로 한 세번 정도 깜빡 잠이 든 것 같다.

 

영화가 끝나고서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이

'나는 무엇을 본 것일까?'였다.

 

혹시 조느라 놓쳤던 몇몇 장면이

영화를 이해하는데 심각한 지장을 초래한 것은 아닌지도 염려되었다.

 

먼저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침묵'에 대한 이해가 다르다...'

 

영화관을 나서면서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 보았는데

거개가 뜨악한 표정들이긴 하다.

그리고 그것이 감동에 젖어 뜨악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했다. 

 

나는 다시 이 리뷰를 쓰면서 곰곰히 생각해 본다.

정말 자느라고 놓친 것 때문에 영화가 안겨주는 '침묵'(?)의

위대함을 놓친 것은 아닌지...

 

그래서 놓친 부분을 빼고, 보고 느낀 것만으로 말한다면,

"영화는 '침묵'을 보여준 것이 아니라 '조용'한 걸 보여준 것이다."

 

영화를 보기전에 인터넷을 검색해서

보았던 보도나 홍보성 글들은

지나친 찬사가 아니었나 싶다.

 

영화제작자가 '조용함'에 대한 낯섬을

'위대함'으로까지 표현한 것은 아닐까?라고 여겨보기도 하지만

그것이 실망스러움을 씻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너무 지나친 기대였을까?

게다가 매진사례에 들떴었기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눈이 너무 높은 것일까?

 

한컷만이라도  영화에서 빛나는 '침묵'을 보았다면

이렇게까지 실망스럽진 않았을텐데...

 

내가 보고자 했던 '침묵'은 깨어있는, 그래서 빛나는 '침묵'이었다.

그것은 내면의 고요가 밖으로까지 나온 것이다.

그것은 조용할려는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내가 보고자 했던 그 한컷이

졸았던 순간에 지나갔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것을 보지 못한 내탓이 크다.

 

그리고 그렇다면 위에 적은 실망감은 한낱 볼멘소리다.

 

2009.  12.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