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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에서 마법으로

길 떠난 자의 사라지는 아름다움


과문해서 그런지 몰라도 내가 알기로,

정신세계를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깨닫고자 한다.

 

또, 그들-나를 포함해서-중 대부분이

세상살이가 팍팍하지 않았다면 정신세계를 알게 되지도 않았으리라.

 

정신(혹은 마음)공부의 열차에 오른 이들이 내릴 종착역은
깨달음이라는 이정표가 붙은 역일 것이다.

물론 이 열차는 도중에 언제든지 내릴 수 있는 열차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은 의지를 갖고 열차에서 내리지 않는다고 해서

열차가 종착역에 닿는다는 보장도 없다.

 

게다가 목적지에 도달하지 않고는

이 열차를 외면하기가 어렵다.

 

꼭 그렇지는 않을테지만, 마음 공부라는 여정에 올랐다가

여정을 멈추는 이들 대부분이 이런 아이러니에서 길을 잃고 만다.

 

종착역에의 도달여부는 오로지 의지가 얼마나 굳은가에 달려있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도중에 내리고 난후의 어떤 종류의 해명도 자기합리화이다.

이 여정을 끝내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이 목적지(깨달음)에 도달함으로써 여정을 끝내는 것인데,
이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인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여정의 목적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 경우엔 여정의 필요가 사라진 것이라 언제든지 다시 열차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진정 여정을 끝내려면

길을 떠난 자가 사라지는 방법이다.

 

근데 이거 써놓고 보니 나조차도 해괴한 이야기다.
기껏 종착역이 있고, 여정이 어쩌구 하더니

길 떠난 자가 사라지라니 ...

 

그리고 또다른 아이러니가
사라지게 하려는 발버둥은 에고의 소산인데

사라지는 때는 그 발버둥 끝에 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가 다들 그러듯이

그 여정 자체가 아름다운 거라고 ...

 

2008. 10.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