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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에서 마법으로

깨달음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균형감]에 대해



앞 전에, '홀로 가라'라는 붓다의 가르침을 상기했는데

홀로 가는 중에 중요한 것 한 가지 짚어보았으면 한다.

 

그것은 균형감이다.

 

자존감이 자신 만의 일로 한정되는 측면이 많다면

균형감은

자신과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 속에서 십분 고려되어야할 것이다.

 

실제 영성적으로 많이 앞서 나갔다고 알려진 분들 중에서도

균형감을 잃은 탓에 헛발을 짚는 경우가 왕왕 있는 것을 보면

균형감이 깨달음의 전부라고 해도 지나치다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여기서 균형감은 당연히

기계적인 중립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다는 점에서

판단을 들지 않는 것과 많이 비슷하다.

 

판단은 세상살이에 아주 주요한 도구다.

아침에 눈 뜨고 밤에 잠 들 때까지

심지어 꿈 속에서까지

우리 손에는 판단이 들려 있다.

 

이것은 우리의 무의식 깊숙이

판단하려는 습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더 들여다보면 판단은

두려움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렇다고 영성적인 삶을 지향한다고

판단을 아주 내려놓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보통 영성적인 일들이 그러하듯이

한 번 판단을 내려놓기로 마음먹으면

이래도 판단을 안할테야 하고

판단이 필요한 무수한 상황을 만난다.

 

그리고 그 모든 상황 속에서도

판단을 들지 않는 때가 온다면

그제서야 판단에서 자유로와진다.

 

자유로와진다는 것은

판단하거나 판단하지 않거나

판단을 해도 괜찮고

판단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이다.

 

이 정도가 되면

비로소 균형감이 생긴다.

 

그리고 판단을 내려놓는 것과 비슷하지 판단을

내려놓은 그 자체가 균형을 뜻하는 게 아닌 것이

균형감은 어떤 상황에서의 무게 중심을

포착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이라도 어느 쪽으로도 쏠리지 않는

무게 중심을 포착했을 때

비틀거릴 일이 없는 것이다.

 

무게중심을 포착하는 것외에

상대방이 딛고 선 스탠스에 맞추어

앞 뒤로 움직이며 저울추의 평형을 유지하는 것도

균형감이다.

 

그럼으로써 균형감은

끊임없이 탄력과 긴장을 유지할 수 있게 하기도 한다.

 

 

균형감의 가장 강적이 감정이다.

수준 높은 영성을 구가한다고 하면서도

감정에 휩쓸리는 경우가 많은 것이 그 까닭이다.

 

균형감은 감정의 증폭이 일어나는 경우라도

감정에 균형이 흔들리지 않게 하는 능력이다.

 

균형감은 감정을 소중하게 여기면서도

감정에게 판단이라는 잣대를 들지 않는다.

그럼으로써 감정은 충분히 맡은 소임을 다한 후 지나가고

남아있는 균형은 빛을 발하게 된다.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게 하는 것도 균형감의 일환이다.

 

'나의 주장이 꼭 맞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은가?'

 

 

위의 질문을 자신에게 매순간 던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텐데...

 

어떠신지...?

 

...

 

음, 아니면 말고 

 

 
2009. 7.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