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비극에서 마법으로

깨달음의 그늘:악마성


전에 쓴 글에서, 에고의 거의 마지막이다시피한 치명적 유혹 중에 하나가 

'스승'이라는 레테르라고 했던 적이 있다. 

 

오늘은 그 '스승'이라는 딱지를 떼고

보다 개인적인 관점에서 자신의 '그림자'를

들여다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나름 완성으로 가는 여정에서 간과하기 쉬운 것이

이 '그림자'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을 "깨달음의 그늘"이라고 이름 붙여본다.

 

 

이런 일이 있었다.

 

게시판에서 알게 된 분들을 만났고

자연스레 '도道' 이야기가 주제가 되었다.

 

어쩌다보니 질문을 받는 입장이 되었는데

답변을 하고 나서 살펴보니

나도모르게 목소리가 커져 있었고

단정적인 표현을 많이 썼다.

 

뒤늦게라도 사과를 했다.

 

'지금까지 얘기한 것은 개인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알게 된 것을

이야기한 것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나에게만 유효한 것이니

참고만 하시길 바란다고... 즉, 그것들이 나에게는 진리였지만 당신

에게도 진리이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그리고 아까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과 나도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던 부분에 대해서 양해를 바란다고...'

 

 

양해를 구하고 나니

비로소 홀가분해졌다.

구차스러워 보이지만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다.

 

돌아와 생각해 본다.

양해를 구한 순간,

내가 본 것은 무엇일까?

 

...

...

 

그렇다.

그것은 '악마성惡魔性'이다.

 

내면 깊숙이 또아리를 튼 그것이

적절하다 싶은 시기를 틈타

머리를 든 것이다.

 

무엇을 단정할 수 있으며,

무엇이 옳다고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정과 고성으로 상대방을 다그쳤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악마성' 임을 본다.

설사 진리를 이야기 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단지 제시될 수 있을 뿐이다.

 

 

주의할 것은 악마성이 카리스마로 포장되는 경우가 있다.

살필 일이다.

 

또 사이코패스 기질이 있는 사람이

깨달음을 갖춘다면

그것은 그 자체로 재앙이다.

이 또한 살필 일이다.

 

2009. 7.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