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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리뷰는 Daum 무비로거 리뷰 포스트입니다."
내게는 대학시절 영화를 공부하던 이후, 트라우마처럼 돼버린
낡고 오래된 고정관념 하나가 있다.
그것은 '한국영화는 허접하다.'는 것이었다.
내 경우에 그 한번 굳어져버린 고정관념은
비록 그것이 오해와 편견에 불과한 것이라 하더라도 잘 고쳐지지 않았다.
사실 훌륭한 한국영화가 많이 나온 아직까지도
어떤 작품이든 기어코 흠을 찾아내고 인정하려들지 않는 심리를 버리지 못했던 것이다.
'육혈포강도단'은 그런 나의 트라우마를 상당 부분 씻겨내 주었다.
나이가 들어 옛날 만큼 한국영화에 박하지 않은 점도 있겠지만
이런저런 핑계들을 고려하더라도
'육혈포강도단'에 박수를 쳐주는데 인색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특히 할머니들이 '강도단'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설득력을 부여함으로써
억지웃음을 자아내지 않고 있는 것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하겠다.
또한 설득력은 리얼리티를 주는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의 할머니들의 강퍅한 삶에서 끌어올려 감동으로까지 나아가게 했다.
감독은 배우들이 갖고있는 원천적인 캐릭터의 강점을 잘 뽑아냈다.
그러니까 영화를 위해서 배우들의 캐릭터를 재창조한게 아니라
마치 배우 그 자체의 원모습이 그대로 영화에 쓰이도록 해서
자연스러움이 더 잘 살아난 것 같다는 것이다.
위에 언급한 한국영화에 대한 비뚤어진 고정관념 덕에
영화보는 내내 조마조마 했던 게 사실이다.
아, 이쯤에선 헛발질이 나올 법도 한데...
어...? 무난하게 잘 넘어가네...
그래도 쉽지 않을 걸...
어, 괜찮네...
그렇게해서 영화가 끝나니까
어, 이제 한국영화도 제법 잘 만드는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오래동안 치유되지 않던 한국영화에 대한 트라우마가
씻겨 나가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하여튼 많이 웃고 울었던 영화다.
뭐, <한국판 할머니들의 내일을 향해 쏴라>라고 할까?
상영관을 나오면서 한마디 했다.
"영화는 재밌는데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할까?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가 별로 없잖아.
웃음이 터지려면 삶의 페이소스를 좀 아는 장년층이나 가능하지 않을까?"
그랬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마파도 만큼은 되지 않을까?"
듣고보니 그 정도는 될 듯 싶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근데 영화가 일깨워주는 씁쓸한 점 한가지 ...
서민들은 '강도' 그러면 벌벌 떨고 나쁜짓 한번 할려고 해도 쉽지 않은데
경찰이 칼만 안들었지 날강도나 다름없는 부패한 권력자들을
때려잡았다는 소식은 들어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어서 큰 도둑은 안 잡힌다는 불신이 사라지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PS. 모든 분들이 연기를 잘했지만,
훌륭한 조연 임창정의 능청스런 연기는 압권이었다.
그리고 옥에 티랄까? 한가지 걸리는 점이,
수퍼에서 물건 훔치는 데에는 호흡이 척척 맞고
프로이신 분들이 은행털이에는 모두 숙맥이 돼버렸다는 거...
오히려 바늘도둑이 소도둑 되는 쪽으로
갔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런데 또 '그런거야 어련히 알아서 잘 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2010.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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