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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에서 마법으로

대화, 첫번째: 비극에서 마법으로, 그리고 ...


프롤로그

 

앞서 소개한 어떤 분과의 대화를 정리했다.

정리를 해놓고 보니 비교적 분량이 꽤 된다.

닉네임과 개인적인 신상에 관한 대화는 뺐다.

 

지금까지의 그분과의 대화가 '비극에서 마법으로'라는 블로그의 성격에 가장 충실하다고 생각되어서 

그분의 양해를 얻어 공개하게 되었다. 

 

대화를 공개해도 좋다는 그분은 

대화의 공개가 영성의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에게

내성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밝혔다.

 

여기서 명백히 할 것은, 영성의 길을 걸어가는 데에

현재 걷고 있는 -누구든 상관없이 영성의 길을 걷고 있다면- 자신의 길이

다른 어떤 것보다 더 낫거나 못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이 대화는 읽는 사람에 따라 받아들여지는 정도가 다를 것이다. 

어떤 이에게는 전혀 생소한 내용이어서 무가치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며

어떤 갈증으로 헤매던 이는 비슷한 경험의 공유로

반가움과 동질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대화는 서로의 체험을 나눈 것이다.

그분이 자신의 체험에 대해 물었고

그와 비슷한 체험을 했었기에 물음에 답변할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어, 그분에게 감사를 전한다.

그분이 아니었더라면 이 대화는 존재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대화의 시작   

 

그분은 2010년 3월에 방명록에 인사를 했다.

 

-반갑습니다... ^^

-네, 그렇군요. 반갑습니다.

 

 

그러더니 다음날 아래와 같은 질문을 주셨다.

 

-현재와 함께 있다보면, 불현듯 온화한 느낌이 찾아옵니다. 이것은 무엇이온지요?

 또한 계속적으로 이것을 바래야 하는지요?

 여전히 에고는 강렬히 남아 있지만, 가슴에 집중하면 걸릴 것은 없는 것 같은데, 올바르게 가고 있는 것이 맞습니까?

 다음 방향이라는 것도 있을지... 죄송하게도 질문이 너무 길어져 버렸네요...

 

-온화한 느낌은 휴식입니다.

 그동안의 방황에 대한 보답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느낌을 계속 바라는 것은

 그 상태에 머물고자 하는 집착이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온화한 느낌에 오래 머무르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 자리에 머무는 것은 정체가 되는 것입니다.

 

 또 그 느낌이 사라지고 반대되는 느낌이 찾아오면

 그러면 바라는 마음의 반대되는 마음이 생기겠지요.

 

 이것은 에고가 바라는 바입니다.

 

 에고가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 온화한 느낌으로

 @#$님을 사로잡은 것이기도 합니다.

 

 에고가 강렬히 남아있는 것을 아시면

 강렬한 에고를 생활속에서 계속 느끼시기 바랍니다.

 

 언젠가 에고도 지쳐서 나가 떨어질 것입니다.

 

 가슴에 집중하는 것은 하나의 단계입니다.

 그것이 최종 단계는 아닙니다.

 왜냐하면 집중하지 않을 때까지 집중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질문이 길어서 죄송할 것은 없습니다.

 영성의 길을 가는 분을 만나게 돼서 반갑습니다.

 

  _()_

 

 

원문에 충실하고자, 줄바꿔쓰기나 간혹 눈에 띄는 맞춤법의 오류는

그대로 놔뒀다. 

 

처음, 위의 질문을 받고서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너무 단도직입적인 질문이었던 것이다.

 

3월9일 11시24분에 방명록에 적은 글이었는데

답글 시각이 13시22분이다.

 

당시 정성스레 답변을 달았다가 두 차례나 실수로 답글을 날리고   

겨우 답글을 적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해서 추가로 답글을 달았었다.

 

-처음 단 댓글이 무슨 이유에선지...

 날라가 버려 다시 달았는데 처음에 드렸던 중요한 얘기가 빠져서 추가로 답글 답니다.

 

 그것은 온화한 느낌도 지켜보고, 그것을 바라는 마음도 지켜보시라는 겁니다.

 그것을 지켜볼 때, 그 느낌을 더 풍부하게 깨어서 느낄 수 있으실 거고

 그걸 바라는 마음을 바라보면 에고가 점점 더 자신을 드러내게 될 겁니다.

 

-너무 훌륭하십니다. 온화하고 설레이는 이 느낌이 결코 나쁘지는 않습니다만,

 항상 집착으로 진행되는 것 같아서, 이것도 버려야 할 것인가? 하고 고민했더랬는데,

 이마저도 지켜보아야 할 부분이었군요...

 가끔은 그토록 아름다운 느낌이 휴식이라는 점에서 공감이 갑니다.

 조금은 일상생활에서 현재와 함께 있고 지켜보는 부분이 좀 힘드네요...

 가끔은 눈물도 나는데, 에고가 확철하게 드러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__)

 

-눈물이 나기도 하고 휴식처럼 느껴지는 것 모두 좋은 현상입니다.

 하지만 눈물이나 휴식 모두 지나가는 것입니다.

 그것을 지켜보실 수 있어야 '지나가는 것'이라는

 통찰이 확고해질 수 있습니다.

 

 지나가는 것들이라 덧없기도 하지만

 그래서 삶이 아름다운 것이기도 하겠죠.

 

-네, 모두 지나가는 것이었군요...

 불러들이려는 마음 조차 에고임을 알고, 계속 현재와 함께 하면서 지켜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__)

 

-에고를 알아차리게 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에고는 자꾸 알아차려져서

 나중엔 더 드러날 에고가 없을 때

 툭 떨어져 나가지요.

 

 그런데 현재와 함께 있겠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런 마음 역시 에고가 하는 일입니다.

 

 잘 살펴보시면 그렇다는 것을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아래의 물음은 첫 질문에 대해 서로 문답하는 과정 중에

벌써 올려져 있었다.

 

-가끔 눈을 감고 있으면, 머리위로나 미간에 강렬하게 비치는 빛은 무엇이온지요?

 여기에도 여전히 에고는 있으며 그 빛은 따스한 온기까지 가지고 있습니다만...

 물론, 중요하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역시 에고이온지요?...

 

-저 역시 그 체험도 했지만 계속 지켜보시기 바랍니다.

 황홀하기도 하고 은근한 자부심을 가질 만도 한데

 자칫 에고의 덫에 빠질 수 있습니다.

 

 계속 지켜보시다 보면 정말 그런 것들이

 아무 것도 아니란 걸 아시게 될 겁니다.

 

 훌륭한 체험들이라 해도 머물고 집착하게 되면

 그것이 에고가 벌이는 '마'에 빠지는 것입니다.

 

 뭐, 마에 빠지는 것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그것조차도 자신이 부족해서 그런 거라는 걸

 깨우치는 선생님이 되기 때문이지요.

 

-네, 지표가 될 법한 말씀이시며, 올바른 길로 인도해 주셔서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__)

 

-과하신 칭찬입니다.

 듣기 좋은 말씀을 해주시니 피하지는 않겠습니다. 

 

 덕분에 저도 계속 지켜보아왔는지 자문하는 계기도 되어서

 제 공부에도 도움이 많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다음날 아침 8시39분, 방명록...

 

-답글을 항상 달아 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길어져 있는 관계로 새로 씁니다...)

 현재와 함께 있겠다는 것도 에고의 의지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걸을 때, 내가 걷고 있다는 생각이 아닌, 걷고 있는 행위를 알아차리고 있는 것도 혹시 에고이온지요?

 불현듯 생각이 일어날 때, 그 생각을 바라보고자 하는 것도 에고이온지요?

 말을 할 때, 말은 하고 있지만, 동일하지 아니하고 뒤로 물러나 있는 것도 에고이온지요?

 아~~~ 불현듯 닥치는 온화한 느낌도 에고의 발악이라 외치며 스스로 채찍질을 가하고 있습니다.

 거의 전쟁에 가까운... 하지만, 곧 바보가 되네요... ㅠ.ㅠ

 

-바보가 되셨다면 더 이상 구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은데요.

 그렇지 않다면, 에고가 떨어져 나갈 초기 단계인가요? ㅎㅎㅎ

 

 알아차릴려는 노력이 들어갔다면, 에고입니다. 의도가 에고라고 보시면 됩니다.

 불현듯 생각이 일어나서 알아차려지면 에고가 움직일 여지가 없지요.

 그런대 생각이 불현듯 일어나긴 했는데, 그걸 알아차릴려고 하면

 노력이 들어가지요? 그러면 에고입니다.

 

 말을 하고 있을 때나 뒤로 물러나 있을 때

 역시 노력없이 알아차려지면 에고가 아닌데,

 노력하시면 에고입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우주는 그 자체로 완벽합니다.

 무얼 할려고 하는 자체가 완벽하지 못하다는 믿음의 발로이지요.

 

 그러니 에고는 무언가 할려고 하고 그것이 자신을 지속하는 방법이지요.

 

-아~~~ 어렵고도 쉽지 않네요... ㅠ.ㅠ

 저는 제 스스로를 에고가 떨어져 나갈 초기 단계에 있다고 보고 싶습니다...

 현재와 있다는 느낌에는 몸 하나하나 움직일 때마다 기쁨과 희열이 존재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중에도 도대체 이 에고는 왜 갑자기 불현듯 나타나나요?

 스스로를 드러내고 스스로가 사라져 주면 안될지 참으로 답답하군요...

 이러한 중에도 계속 지켜보겠습니다만, TV를 보거나, 메일등의 글을 읽고 쓸 때

 이넘의 에고는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답답하네요...

 

 

 

 

(계속...)


2010. 5. 2